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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소소한 일상

[2022.01.31] 이천 구피천(죽당천)

by 두루쥬 2022.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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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구피천

이천 핫플 구피천에 다녀왔다.

물고기 키우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가재 키우는 사람이라 몰랐나보다.

 

명절 전날 빈둥거리는데 갑자기 물고기 잡으러 출발하자고 연락이 왔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그냥 씻고 옷만 입고 나갔다. 

역시 우리 중에 계획적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천을 간다고 했다. 나는 이천이 가까운 옆동네쯤 생각을 했으나 가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도착했을 때는 이미 6시가 다 되어가는 상황

직감했다. 내 손에 쥐어지는 물고기는 없을거라고. 도착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구피천의 실제 이름은 죽당천이다.

친구가 말하기로 사람들이 죽당천에 애완 물고기를 버리러 오는 핫플이 되어서 구피천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주변에 SK하이닉스가 있는데 여기서 온수가 흘러나와 구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했다.

물에 손을 담가보니 진짜로 따뜻해서 신기했다. 

요즘은 구피들이 이 곳에서 야생화가 되어 잘 살아간다고 하길래 혹시 사람도 무냐고 했다가 눈으로 욕먹었다.

구피를 잡고싶다면 상류로 가자.

죽당천이라고 다 같은 구피천이 아니다. 상류, 상류로 가야한다.

우리가 처음에 도착한 곳은 하류였다. 맨 눈으로도 이 곳에 물고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이 곳은 물도 차가웠다. 친구는 겨울이라서 그렇다며 물고기를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켰다. 검색을 해보니 분명 3일 전에 방문한 사람도 물이 따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친구는 바지 걷고 물에 들어가 추위에 떨며 없는 물고기를 찾고 있었다.

참고로 구피는 따뜻한 곳에서 자란다고 한다...

아, 자라를 잡고싶다면 하류로 가자. 물고기를 찾아 헤

매던 친구가 자라를 잡았다.

자라도 어이없었겠지만 우리도 어이없었다.

목적은 물고기였으니 바로 풀어주고 다시 물고기를 찾아 헤맸다. 

도착지는 부발역으로 설정하자.

검색해보니 부발역으로 도착지를 설정해서 가라고 했다. 우리는 귀가 얇다. 바로 정리하고 출발했다.

친구는 감기걸리겠다고 찡얼댔으나 괜찮다. 다음날은 명절, 즉 쉬는날이다. 

조상님 제삿날이 자기 제삿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으나 사람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부발역에 도착하니 물고기 잡던 사람들의 뒤로 보이던 빨간색 다리가 보였다. 이곳이 상류구나.(사진없음 주의)

 

역 바로 옆쪽이 핫플이었다. 여긴 진짜 핫플이었다. 물이 정말로 따뜻했다. 날이 어두워지는 중이어서 그런 것인지 추워서 그런 것인지 사람이 없었다. 그저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릴 구경하며 갈 뿐이었다. 구피천에 오긴 전 문방구에서 거금을 들여 산 잠자리채로 구석구석을 뒤져보았다. 물고기가 한마리 잡혔다. 기뻤지만 예상보다 적은 수여서 조금 실망했다. 마침 옆쪽에서 이제 막 집에 가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튀어나왔다. 사람 있는지도 몰랐다. 붙잡고 몇 마리 잡았냐고 물었더니 200마리 잡았다고 했다. 어쩐지 물고기가 안잡히더니..저사람이 다 잡아간거였다.(아니다) 친구는 내말에 우린 방금 왔는데 많이 잡는게 말이되냐며 멍청하다고 했다.(선넘네) 

구피를 잡으려면 낮12시~1시 사이에 가도록 하자.

그 분은 가기 전 낮12시~1시쯤에 오면 구피가 많아서 바가지만 담궈도 엄청 잡힌다는 꿀팁을 남기고 떠났다. 지금 현재에 필요없는 꿀팁이었다. 하지만 꿀팁을 얻었으니 이용하는게 인지상정. 다음에 날이 좀 풀리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자는 다짐을 했다. 그때는 꼭 바가지를 챙겨야지.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해가 저물었다. 어두워서 폰 조명을 켰더니 물 안에 물고기가 돌아다니는게 한눈에 보였다. 이래서 낮에 오라고 했나보다. 진작에 조명을 킬 것을.. 그때부터 신나게 물고기 잡이가 시작됐다. 

구피는 구석에 있다. U자 형태로 땅이 파여진 곳을 찾자. 

물이 흐르는 곳 옆, 그러니까 내가 서 있는 곳이 일자인 것보다 U자 형태로 푹 파인 곳에 구피들이 숨어있었다. 그 곳에 이끼들과 나뭇가지들이 우거져 있는데 막대기로 마구 헤집으면 구피들이 우르르 까지는 아니고 좀 나온다. 그럼 그때 잠자리채로 냅다 잡아버리면 된다. 친구는 신이나서 또 바지 걷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이 따뜻하다보니 수증기로 가득한 그 곳에서 신나게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 아마존의 눈물을 찍고 있는건지 전설의 고향을 찍고 있는건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저물고 저녁 8시쯤까지 물고기를 잡았다. 어두워서 사진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완전 치어들까지 합해서 100마리 정도 잡은 것 같았다. 

친구는 구피를 키우는 중이고 물고기를 좋아한다. 대부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구피를 다른 친구의 먹이로 사용하려고 잡아간다는데 이 친구들은 키우려고 잡은거다. 대체 저 많은 것을 어디다가 키울 생각인건지..이 참에 수족관이라도 하나 차리려는건가 싶다. 나는 물고기보단 갑각류쪽이 더 귀여워서 따로 구피를 데려가지 않았다.

가재 친구 같이 키우는 레드생이새우 잡아먹고 생식에 눈떠서 반찬 투정한다고 사료 안먹고 버티던거 누가이기냐 냅뒀더니 결국엔 몇 일 굶은 것마냥 사료 먹은게 엊그제다. 물고기는 그냥 친구집에서 보는걸로 만족하기로 하자.

 

집으로 가는 길,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신나지만 신나지 않는 이기분을 분명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거다.

구피천에는 구피말고도 다른 물고기들도 산다고 했다. 키우는 어종이 다양해지다보니 버려지는 어종도 다양해진다. 애초에 버릴거였음 시작을 안하는게 맞다. 데려와놓고 버리겠다고 이런 곳까지 알아내는 정성이 참 대단하다. 그 정성을 다른 곳에 부으면 더 좋을 것 같지만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 않다. 이 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버리는 행위와 잡는 행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세상에 구피천 같은 곳이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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