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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소소한 일상

[2022.01.08] 군위로 떠나는 빙어낚시(a.k.a. 빙어낚시의 모든 것)

by 두루쥬 2022.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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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빙어낚시(a.k.a. 빙어낚시의 모든 것)

친구가 몇일 전부터 빙어낚시를 가자고 했다. 주말에 날이 좋으면 가보자고 했는데 기가막히게 날이 좋았다.
룰루랄라 마트에 들러 점심과 간식거리 등을 사고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군위의 한 저수지였다. 유튜브를 보니 이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빙어낚시 맛집이었고 빙어도 잘 잡힌다고 했다. 빙어낚시는 딱 한 번 해본 적 있는데 추운 날씨에 빙어 한마리 잡지 못하고 라면만 끓여먹고 돌아왔었다. 그때 먹은 라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이 끓지 않아 1시간 내내 물을 끓였고 심지어 물양이 적어서 짭짤했다. 하지만 나는 단짠단짠러버라서 그런거 상관하지 않았다. 진짜 꿀맛이었다.

군산의 어느 한 저수지에 도착하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가장자리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 얼음이 녹았다는 말이다. 나와 친구는 겁이 굉장히 많다. 지구상의 모든 쫄보들과 대결해도 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함께한 또다른 친구이자 친구의 남편은 겁이 없었다. 당당하게 앞장 선 그는 발 한 쪽을 빙판 위에 두고 두드리고 있는 우리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빨리 오라고 소리를 쳤다.(왜 소리를 지루구 구뤠..쫄보 기죽어..)

울며 겨자먹기로 빙판위에 올라섰다. 날은 햇볕이 쨍쨍해 많이 춥지 않았고 걸을 때마다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는 의심을 거두지 못해 기다시피 걸었고 나는 애써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얼음조각 밟는 소리라며 합리화를 했다.
주변에는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있었다. 역시 어린친구들은 용감하
다.

빙어낚시 준비물

- 빙어 낚시대
- 낚시 찌
- 빙어 먹이('빙찌'라고 하는 치트키. 얼음 구멍 주위와 안에 뿌려놓으면 빙어가 몰려든다고 했다. 다들 엄청 뿌려대는거 봤다.)
- 빙어 미끼(구더기)
- 얼음구멍을 파낼 쇠막대기(전문용어는 모른다.)
- 테이블(밥먹어야 한다.)
- 의자(필수템이다. 빙어낚시는 인내심과의 싸움이니까)
- 따뜻한 옷차림(꼭 양말 두꺼운거 신고가자. 동네 마실나가듯 발목양말에 반스 운동화 신고 갔다가 동상 걸릴 뻔 했다.)
- 인내심(필수템)
- 그 외 간식거리나 담요, 핫팩 정도(발바닥 핫팩 꼭 붙이도록 하자.)

친구부부는 낚시를 매우 즐겨한다. 솔직히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빙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꼭 한 번 잡아보고 싶었다. 다들 빙어에 대한 로망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나. 빙어를 잡아다 산채로 초장에 찍어먹고 도리뱅뱅 만들어먹고 튀겨먹고..(나만 구런가??!) 어쨌든 이번엔 꼭 도리뱅뱅 해먹자며 결의를 다진 뒤 빙어낚시 준비를 했다.
빙어낚시와 관련된 모든 준비는 낚시킹인 친구남편이 준비해줬다. 낚시대도 새로 샀다며 자랑을 했다. 지난번에 갔을 때 손에 쥐어줬던 파리채같은 낚시채와는 다르게 진짜 낚시대 같았다.(심지어 색도 고올드) 낚시대에 찌를 달고 미끼인 구더기를 달았다. 난 미끼가 구더기일 줄 몰랐다. 친구부부는 구더기를 손으로 잡아 망설임없이 낚시 바늘에 찔러넣었다. 벌레혐오자인 나는 손을 댈 수 없어 내 낚시대까지 구더기를 달아줄 때까지 조용히 구석에서 기다렸다.(땡큐쏘머취 친구남편) 미리 파놓은 얼음구멍에 낚시대를 넣어 빙어가 다가오는지 지켜보았다. 실은 얼음구멍이 너무 쉽게 파져서 곧 가라앉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들 태연하게 낚시를 하고 있어서 생각을 살포시 접어보았다. 이래서 군중심리가 무서운거다.(롸?)

가만히 앉아있으니 빙어먹이를 구멍주위와 구멍 안에 뿌려주었다. 이걸 먹으려고 빙어들이 달려든댔다. 일종의 치트키인 셈이다. 구멍에서 자꾸 물이 빠져나와 먹이가 흩어져버리니 친구 남편이 손수 물 안에다가 손을 넣어 뿌려주었다. 다행히 날이 좋아 동상에 걸리지 않았다. 솔직히 별거 없다. 빙어낚시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에는 먹을 것을 배
에 넣어주어야 인내심도 차분히 제정신을 유지하는 법이다. 컵라면과 김밥 그리고 닭강정을 먹었다. 추운날씨에 얼음 위에서 먹는 뜨뜻한 컵라면은 꿀맛이었다. 다 먹고 국물을 남긴 친구는 남편에게 국물을 어디에다가 버리냐고 물었고 남편은 배에다가 버리라고 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드디어 친구가 빙어를 잡았다. 친구는 빙어를 잡고 도리뱅뱅 해주겠다며 신나했다. 하지만 우린 몰랐다. 이 빙어가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은.. 잡은 빙어를 얕게 구멍을 파서 물과 함께 넣어 놓았다. 잡힌 빙어는 굉장히 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분해보였다.(짜식 그러게 아무거나 먹으면 안되지) 낚시를 하던 중 얼음구멍에서 물이 계속 흘러나와 우리자리가 물 웅덩이가 되었다. 얼음이 녹은 상태에서 사람 무게가 있다보니 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얼음구멍에서 낚시를 하는건지 연못에서 낚시를 하는거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물이 차오를 때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낚시를 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옆에서 낚시하던 아저씨들은 우리가 불쌍했는지 잡은 빙어들을 주신다고 하셨지만 친구부부는 단호히 거절했다.(대체 왜구래..이런데 오기 부리는거 아니라구..잡은거라도 많이 보자구..) 그렇게 우린 결국 한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

여담이지만 그 후 한 번 더 친구부부가 빙어낚시를 다녀왔는데 10마리 넘게 잡았다고 했다. 빙찌를 미친듯이 부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빙어가 배가 불렀다며 다음에 다른 곳으로 다시 가자고 했다. 왜냐하면 친구부부가 갔던 날도 날이 이 날과 비슷했는데 사람이 한 명 빠져서 119에 신고하고 주변 사람들이 구해줬다고 했다. 역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맞았다. 날 좋을 때는 절대 빙어낚시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https://youtu.be/0RtWAJyHB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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